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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diary/분교 이야기

스승의 날 숨겨진 편지 에피소드

 
 


 
24년도는 부처님 오신 날과 겹쳐 스승의 날이 강제로 공휴일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16일 아침 내 책상 위에는 스승의 날을 기념하는 작은 편지가 놓여져 있었다.
 
 
 
 
편지가 놓여져 있는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학생들을 살펴보니 다른 한 학생이 눈가에 눈물을 적시고 있는 것이었다. 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니 아침에 엄마가 선생님께 편지를 쓰라고 편지지를 줬는데 너무 쓸 말이 없어서 간단하게 적었다가 엄마에게 엄청 혼나서 울고 있다는 것이다.
 
 
 
뭔가 상황이 웃기면서 씁쓸하기도 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선생님에게 쓸 말이 없더냐? 고 물어보니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고 한다. 다른 형제인 동생은 열심히 편지를 쓰는데 형은 할 말이 없다고 대충 적으니 엄마 입장에서도 화가 날만도 하다.(쌍둥이 학생이다.)
 
 
 
여하튼 이렇게 편지 에피소드는 끝나는 줄 알았는데 2교시가 지나고 나니 책상에 찢어진 종이에 글을 적힌 편지가 보였다. 편지를 읽어보니 아침에 할 말이 없어 엄마에게 혼났다는 애가 급하게 종이를 찢어 편지를 쓴 것이다. 
 
 
 
도대체 왜?
 
 
왜 갑자기 편지를 썼니? 라고 물어보니 또 말이 없다. 아니 이렇게 쓸거면 그냥 엄마가 주는 편지지에 쓰지 왜 찢어진 종이에 편지를 썼니? 나도 이해가 안되었지만 다른 애들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왜?
 
 
 
그 이유는 스승의 날이 일주일정도 지난 시점 해결되었다. 
 
 
 
스승의 날 에피소다가 발생한지 일주일쯤 지난 시점 국어 시간 갑자기 그때 생각이 나서 다시 물어봤다. 
 
 
너 도대체 왜? 그때 갑자기 편지를 쓴거야?
 
 
학생도 왜 편지를 썼는지 기억이 안난다고 한다. 
 
 
아니 누가 강제로 쓰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선생님에 대한 감사가 갑자기 생겨난 것도 아닌듯한데 왜 갑자기 편지를 썼을까? 
 
 
선생님은 도저히 이해가 안되네... 너 말고 다른 두 애도 안썼는데 왜 갑자기 너만 쓴거야? 누가 같이 쓰자고 했으면 이해가 되지만...
 
 
 
그런데 이때 다른 학생에게 생각지 못한 반응이 터져나왔다.
 
 
선생님 저도 썼는데요?
 
 
너도 써? 뭘? 편지를?
 
 
네! 써서 책상 위에 올여두었는데요
 
 
편지? 책상? 책상 어디?
 
 
선생님 키보드 판 아래 쪽에요?
 
 
키보드 아래쪽?
 




 
그제서야 책상 키보드 아래쪽에 깔려있는 패드 밑에 숨겨져 있는 편지를 발견했다.
 
 
야 이걸 지금 알려주냐?
 
 
선생님이 이미 보신줄 알았어요
 
 
지금 말 안했으면 선생님 네 편지를 내 년에나 볼 수 있었겠다.
 
 
워낙 학생이 적은 작은 학교이다 보니 편지를 못받는 경우도 가끔 생기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  참 웃긴 상황이다. 그런데 편지지를 살펴보니 이전 갑작스렇게 종이를 찢어 편지를 쓴 학생의 용지와 비슷한 형태이다. 
 




 
 
설마 너희들 편지 같이 썼니?
 
 
 
네, 제가 편지 쓴다고 하니깐 갑자기 와서 자기도 써야 하나? 하기에 제가 종이 찢어서 줬어요!
 
 
 



그제서야 왜 스승의 날 편지 종이가 찢어져 있었던지 그리고 왜 편지에 할 말이 없다고 엄마에게 혼난 애가 갑자기 편지를 쓰게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 갑자기 그때 기억이 생각나지 않았다면 정말 몇 달이 지나도록 숨겨놓은 편지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꼬맹이들의 생각이 귀엽기도하고 의문스러웠던 상황이 해결되고 나니 시원하기도하도. 
 
 
 
스승의 날 이런 에피소드도 생기는구나!